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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외작은도서관
책소개

입속 지느러미

by 내외작은도서관 2024. 5. 30.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듣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지?”
인간이면서 물고기인 치명적 존재의 달콤한 저주 그리고 사랑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데뷔 8년 차에 접어든 조예은 작가가 신작 소설《입속 지느러미》로 야심 차게 돌아왔다.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하며 애틋하고 섬뜩한 장르 소설 신드롬을 일으킨 그는
매혹적인 스토리와 독보적인 분위기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트로피컬 나이트》에 실린 단편
〈고기와 석류〉에서 인간을 먹어야만 생존하는 어린 괴물 ‘석류’와
중년 여성 옥주의 기묘한 동거를 다루기도 했던 작가는 괴물 이야기에 깊은 애정을 표한 바 있다.
특히 물속에 사는 괴물을 좋아하는데,
심해 생물 사진을 찾아보고 해양 괴담을 뒤적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입속 지느러미》는 어떤 작품보다 작가의 심도 높은 취향이 한껏 녹아 있다.
인어 이야기와 세이렌 신화를 결합해 잔혹하지만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사랑스러운 서사로 독자를 새롭게 만난다.
대학교 작곡 동아리에서 목소리가 아름다운 경주를 만나 밴드를 결성한 선형은
기쁨과 열정으로 가득한 20대를 보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살아가지만,
음색이 탁월한 가수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의 외삼촌은 조선업계에서 일하다 IMF로 해고된 후 괴생명체를 들여오는 밀수 일에 발을 들이는데,
어느 날 산에 묻힌 백골로 발견된다.
얼떨결에 외삼촌의 수족관 건물을 상속받은 선형은
지하실 수조에 사는 혀가 잘린 인어 ‘피니’를 맞닥뜨린다.
처음에는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 하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끈질김의 핏줄로 외삼촌이 그랬듯 피니의 소리에 단숨에 사로잡힌다.
밴드 작곡가 시절 만든 노래의 표절곡이 인기를 얻고
한때 너무나도 사랑한 경주와 지독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인어의 달콤한 저주에 걸린 선형은 기어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는다.
피니의 혀가 자랄수록 광기를 닮은 사랑에 빠져드는 그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피니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서늘하고 반짝이는 비늘처럼 매혹적인 《입속 지느러미》는
황홀한 목소리로 인간을 홀려 파멸로 이끄는 세이렌의 속성을 빌려,
상대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고 싶은 사랑의 잔인함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다.
소란한 장마의 습기를 머금은 듯한 피니와 선형의 사랑 이야기에 더해,
경제력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맥없이 사그라들곤 하는 우리의 청춘과 무산된 꿈을
자장가처럼 어루만진다는 점에서는 조예은 월드의 새로운 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피와 살로 생명을 얻은 노래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귓바퀴를 빙그르르 돌아 외이도를 헤엄쳐 왔다.
피니의 입안에 돋아난 건 혀이자 미지의 바다를 헤엄치는 지느러미.
선형의 어둡고 깊은 바다에서 지느러미가 춤췄다.
춤이 끝나는 순간 자신의 바다 역시 사라져도 좋다고,
설령 세상이 끝난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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