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조사관이 된 도연은 법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혼, 재산분할 등 사건은 다양하고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근엄하고 합리적인 조직일 것 같던 법원은
온갖 행사로 인해 여기가 법원인지, 이벤트 회사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임기제 공무원인 가사조사관은
평가 시스템을 빌미로 누구도 하기 싫은 각종 일을 떠맡게 된다.
보수적이고 불합리한 법원 생활에 염증을 느낀 도연은 사건을 맡으면서도 점차 안일해져간다.
일과 관계, 그 어떤 것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하지 않는 도연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늘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과거의 아픔과 상처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도망쳤던 도연.
늘 평범함을 꿈꾸던 언니의 아픔도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던 그녀는
“타인의 인생을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 일”이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 같았다.”
《마침내, 안녕》은 평온하고 무탈하게만 살고 싶었던 도연이
법원에서 만난 사람들, 동료, 주변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대와 우정을 통해
어두운 과거에 ‘마침내, 안녕’을 고하게 되는 이야기다.
도연은 자신의 경계를 허물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기를,
아직도 우리 삶에 남아 있는 희망 한 조각을 기대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이 세상으로부터 조금 상처받는 일일지라도.
저자는 가사조사관의 일과 그 주변인들을 때로는 아주 가까이, 때로는 매우 멀리서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만 좇지 않고 인간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고, 지켜보고, 성찰한다.
오랫동안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던 이가 보여주는 가장 윤리적인 태도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한달음에 내달리는 속도감을 선사한다.
2025년, 우리에게 당도한 진진하고 따뜻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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