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는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는 것을 알지만 사라졌거나 고의로 파괴되었거나 무심하게 소실된 것들.
이 책의 저자 유디트 샬란스키는 이렇게 사라진 것들 12가지를 선정하여,
그들의 소멸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기록한다.
책의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에 사라진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아나키에서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태평양 북동쪽 바다에 자리하고 있던 섬,
1842년 말 즈음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곳.
저자는 자료들을 찾아 그 섬이 존재했던 흔적을 따라가며,
그곳을 향해 먼 길을 항해했던 탐험가들과
그곳에 거주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해나간다.
멸종된 카스피해 호랑이,
비운의 추기경 줄리오 사케티의 저택이었으나 어느 날 무너져버린 빌라 사게티,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이 촬영했음이 확실하지만
35개의 조각으로만 남아 있는 <푸른 옷을 입은 소년>이라는 무성영화 필름,
시인 사포와 그의 연가들,
마니교의 창시자인 마니의 일곱 권의 책 등,
지금은 사라진 것이 확실한 것들을 통해 저자는
소멸과 파괴의 다양한 현상들에 주목하며 부재자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상실과 부재, 그리고 여백은 어느 정도까지 존재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책에서, 잃어버린 것들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문학적 수단을 통해 재현해내고자 하는 저자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출처 : https://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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