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에세이47 각본 없음 “우리는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 전부는 아니다.” 가끔 삶이 나도 모르게 쓰인 한 편의 드라마 같을 때가 있다.때로 드라마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이 책은 〈서프러제트〉 〈철의 여인〉 〈더 스플릿〉 〈셰임〉 등의 화제작을 집필하고에미상을 수상한 극작가 아비 모건의 사랑과 상실에 관한 에세이다.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던 배우자,제이콥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아비 모건에 관한 기억만 잃은 채로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기억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몸도 마음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제이콥.아비 모건은 그가 제대로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차오르다가도,때로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약도 없이 그 옆을 지킨다.그런 아비 모건을 보면서도 제.. 2024. 8. 13.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그렇게 많은 문상훈을 봤는데도여전히 새로운 문상훈의 얼굴이 이 책에 있다.” (작가 이슬아)13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크리에이터 문상훈이 첫 산문집을 출간했다. 문쌤, 문이병, 문상 등 다양한 부캐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소식이 새삼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오랜 팬이라면, 혹은 매체를 통해 그의 편지글 한 문장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기다려왔을 소식임이 분명하다.문상훈을 대표하는 〈빠더너스〉 채널 소개란에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콩트와 코미디 영상을 만듭니다”라고 적혀있다. 뛰어난 캐릭터 분석과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코미디로 웃음을 주는 것이 그의 본업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을 상대로 말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말’이 가장 어렵다... 2024. 7. 16. 허송세월 “중생의 어리석음은 한이 없는데,나는 이 어리석음과 더불어 편안해지려 한다”‘생활의 정서’를 파고드는 김훈의 산문 미학 삶의 어쩔 수 없는 비애와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 김훈.시간과 공간 속으로 삭아드는 인생의 단계를 절감한다는 그가“겪은 일을 겪은 대로” 쓴 신작 산문을 들고 돌아왔다.생과 사의 경계를 헤매고 돌아온 경험담,전쟁의 야만성을 생활 속의 유머로 승화해 낸 도구에 얽힌 기억,난세를 살면서도 푸르게 빛났던 역사의 청춘들,인간 정서의 밑바닥에 고인 온갖 냄새에 이르기까지,그의 치열한 ‘허송세월’을 담은 45편의 글이 실렸다.‘본래 스스로 그러한 세상’의 이치를 아는 이로서그 어느 때보다 명료하고도 섬세한 문체로 생활의 정서를 파고든 《허송세월》은 김훈 산문의 새 지.. 2024. 7. 3. 듣는 사람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본다.침묵에 둘러싸여 그는 얼마나 아름다운지.”박연준 시인이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며 읽자 한 서른아홉 권의 고전! 독서가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행위라 한다면,언제까지나 공들여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듣는 사람』에서 박연준 시인은 그간 자신이 귀 기울였던 서른아홉 권의 책을 소개한다.이들은 대개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이다.‘고전’이라 불린다면 결국 오랫동안 읽히고 읽혀도 여전히 그 매력이 마르지 않은 책이라는 뜻일 터.과연 이들 책은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이야기를 담지 않고 있다.오히려 ‘지혜롭지 못한 이들의 좌충우돌기’에 가깝다.다만 서른아홉 개의 서로 다른 삶, 어쩌면 평범할 수도, 어쩌면 어리석을 수도 있으나바로 그렇기에 무척이나 빛났던 삶을.. 2024. 6. 11. 이전 1 2 3 4 5 ··· 12 다음